[서울신문] 장남 상속은 옛말…4명 중 1명 ‘재산 다 쓰고 가겠다’ 新 노년 등장
장남 상속은 옛말…4명 중 1명 ‘재산 다 쓰고 가겠다’ 新 노년 등장
노인의 상속 가치관 변화
재산 상속에 대한 노인들의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배우자와 함께 재산을 소비하겠다는 노인이 증가하여, 4명 중 1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부양 책임이 자녀에서 국가로 이동하는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노인 실태조사 결과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노인 1만 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3년 주기)’에 따르면,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본인이나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24.2%를 기록했다. 이는 3년 전보다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08년 첫 실태조사에서는 9.2%에 불과했으나, 2014년 15.2%, 2020년 17.4%로 점진적으로 상승해 이번 조사에서는 20%를 넘어섰다.
장남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2020년 13.3%에서 지난해 6.5%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바치던 전통적인 부모 역할에서 벗어나 ‘나와 배우자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부양 기대 감소와 사회적 변화
자녀에게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도 노인의 상속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국 관계자는 “재산을 상속하기보다 본인이 사용하고,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3명 중 1명은 자녀가 아닌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돌봄을 받고 있으며, 자녀와의 연락 빈도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에는 67.8%의 노인이 자녀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2023년에는 64.9%로 감소했다. 특히 9.2%의 노인은 연락할 수 있는 자녀가 없다고 응답했다.
노인의 경제적 자립 증가
노인들은 이제 부양받는 수동적 객체가 아닌,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능동적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2023년 노인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3,469만 원, 금융자산은 4,912만 원, 부동산 자산은 3억 1,817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대비 각각 증가한 수치로, 당시 가구 소득은 3,027만 원, 금융자산은 3,213만 원, 부동산 자산은 2억 6,183만 원이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노인들의 경제적 독립성과 소비 활동 확대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새로운 상속 문화의 등장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장남 상속’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상속보다는 본인의 노후 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노인들은 자산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거나, 여행·문화 생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재산을 다 쓰고 가겠다’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운 형태의 상속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